[“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지” 시리즈: K-Pop 매물]
“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지” 시리즈는, 예전에 썼던 “1,000만 원으로 스마트스토어 인수, 개발자에서 사장으로”의 후속작이야. 작은 사업체를 인수해 밸류업시키는 과정을 창업가 시점에서 생생하게 풀어내는 건 똑같은데, 이번에는 ‘개같이 물려서’ 아둥바둥하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췄어… ㅜㅜ
추후 해당 브랜드 인수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조미료가 가미된 이야기로 풀어낼 예정이야. 혹시 등장인물이나 상호가 실존한다면, 그건 우연일 뿐이니 센스 있게 모른 척 부탁해! (찡긋)
1화 - KollectionSeoul을 만나다 (이번 편)
요즘 새로 구독하신 분들이 좀 늘어서, 가볍게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면:
나는 지금 작은 사업체들을 인수해서 키우고, 매각하거나 계속 운영하면서 ‘cash vehicle’로 활용하는 창업 여정을 하고 있음. 그리고 ‘진양’이라는 가상의 페르소나는 그 여정을 콘텐츠로 풀어내는 존재야.
창업 여정을 진행하다 보면 온갖 인사이트가 생기는데, 그걸 콘텐츠로 정리해 공유하고 있고, 현실에서 관찰한 독특한 점들을 연결해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독창적인 글을 써보려 노력 중이야. 뻔한 글들은 이미 너무 많잖아.
이번에 쓰는 시리즈물은, 저번에 쓴 게 성공 시리즈였다면 이번에는 ‘물린 시리즈’야. ‘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는’ 그런 시리즈랄까? 소규모 사업체를 인수해서 키우는 게 정말 쉽고 돈 버는 게 보장된다면 말이 안 되겠지?
일반적인 주식 투자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수익과 비례한다면,
내가 하는 소규모 사업체 투자의 수익은 ‘운영 실력’과 ‘가치 평가 실력’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어.
그리래서 이번에 가져온 컨텐츠는 운영 실력과 가치평가 실력이 부족해서 ‘물려버린’ 사업체에 대한 시리즈야!
그럼 시작해볼게!
1화 - KollectionSeoul을 만나다
아침에 쌍란을 먹은 어느 날..
이른 여름인지 늦은 봄인지, 애매하게 헷갈리는 계절이었어.
시간이 좀 지나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 같아.
막 퍼붓는 건 아니었지만, 살짝 맞으면 기분 찝찝해질 그 정도의 비.
하도 비가 계속 내려서 점심 먹으러 나가는 것도 귀찮고, 비 맞는 것도 싫어서
배민으로 맥도날드 주문하고, 커피까지 내려서 몇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 있었어.
이참에 온라인 커뮤니티나 둘러보려고 하는데..
평소엔 카톡으로만 연락하던 브로커님이 뜬금없이 전화를 주시더라고.
“어라, 전화?” 하고 받았더니
“좋은 매물이 있는데, 계약이 갑자기 파토가 났다”면서
“3개월 단위로 구독 박스를 해외로 보내는 사업체가 있는데, 혹시 관심 있으시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야.
흔한 상황은 아니니까 관심이 좀 생겼지만
너무 티 내긴 좀 그래서 우선 수치 자료부터 받아보자고 했어.
근데 문득 아침에 먹은 쌍란이 떠오르기도 하고,
비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 딱 맞춰 버스가 도착했던 '행운의 날’이란 생각이
또 슬쩍 스치더라.
‘오늘 뭔가 잘 풀리려나?’ 싶었지.
첫 인상은 오케이, 다만 데이터가…
브로커님이 브랜드명부터 알려주고, 데이터룸 만드는 동안 홈페이지 먼저 구경했어.
나름 깔끔하게 꾸며진 홈페이지에 테스티모니얼들도 알차게 적혀 있었고,
K-pop을 전혀 모르는 내 눈에는 그냥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고객들이 많구나 싶더라.
SNS도 들어가 보니 서양인들이 잔뜩이던데, 팔로워도 꽤 많았어.
인스타그램이랑 틱톡이랑 합쳐서 5만명 정도?
그러다 조금 있다가 데이터를 넘겨받아 보니
왜 계약이 파토 났는지 대충 짐작이 가더라.
요약하면, 대표님이 매각을 준비하면서 사업체를 방치해두신 기색이 역력했어.
너무 흔하고 안타까운 일이지.
사실 매각 직전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개인 사정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해. 그럴 땐 대부분 제값을 못 받게 되는데,
그래서 보통 내가 상담할 땐 “안 팔릴 각오로 끝까지 관리하시는 게 좋다”고 강조해. 아니면 차라리 지금 헐값에 처분 하라라고.
방치된 사업체는 가치가 많이 떨어지거든.
암튼 여기 자료를 보니, 인수 당시 지난 12개월 홈페이지 월 평균 접속자가 3,593명이었는데,
최근 몇 달은 800명 넘긴 달이 거의 없더라고. 많을때는 10,000만명 넘께 접속했었는데..
그 말은 곧 신규 구독자도 많이 줄었을 거고, 해지율도 높아졌겠다는 뜻이잖아.
그래서 신규 구독 데이터도 같이 보니 역시나, 신규 구독자는 거의 없었고, 매출 또한 3개월 후에 낮아질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지.
“와, 데이터가 너무 안 좋다!”
이때 까지만 해도, 우리는 스마트스토어의 가치평가만 해서, 무조건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가치평가를 했는데.
통상적으로 데이터가 이렇게 안 좋으면, 연락드려서 후속미팅 진행을 하지 않았었어.
특히 네이버 SEO에 모든게 걸려있는 스마트스토어의 특성상, ROI를 중요하게 따질 수 밖에 없었고.
거기에 더해서, 나는 K-pop 팬덤이 뭔지 전혀 모르니 거기서 또 더 의기소침해졌어.
부정적인 숫자들을 보고나니까, 괜히 또 얼마 없던 자신감 마저 사라지더라.
그러다 문득, “예전에 아기 타이즈 브랜드 할 때도 아기 옷엔 1도 관심 없었는데 어떻게 했잖아?” 싶더라.
결국 비즈니스는 배우기 나름이고, 수치가 안 좋으면 오히려 인수 가격 협상을 해보면 되지 싶어서
바로 행동에 들어갔어.
마치 직장인 시절 연봉협상 같던 짜릿함
방치된 놀이동산 같은 사업체 가치, 도대체 어떻게 산정해야 하나?
월매출이나 순수익으로 평가하기 좀 어려우니, 핵심 지표들만 추려보자 생각했어.
12개월 평균 월매출 ₩8,332,590,
12개월 가중평균 해지율(Churn Rate) 8.10%,
12개월 평균 인스타그램 Impressions 118,846
이 숫자들을 핵심 가치로 고민해서,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서
원래 제안 가격보다 30% 낮춰서 역제안했어.
방치된 상태인데다, “이 상태로 관리 안 하면 몇 달 뒤엔 아예 가치 없을 수도 있다”며
브로커님께 합리적으로 어필했고.
근데 메시지 보내고 한동안 답이 없는 거야.
‘괜히 깎으려다 브로커님이랑 사이 안 좋아지면 어쩌지?’ 하면서도,
‘이 이상 가격 주면 내가 호구지…’ 싶어 5분마다 카톡 열어보고…
연봉협상 때 과도하게 부른 숫자 기다릴 때랑 똑같더라.
한 5시간 같았던 15분쯤 지나고나서야 연락이 왔어!
원래 대표님도 이미 지치셨는지 가격 조정 의사는 있고,
본인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기색이었다고.
그래서 바로 “첫 미팅만 괜찮으면 계약금 바로 치를게요!”
이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지. 빨리 이 협상을 끝내고 싶었나봐 ㅠㅠ
나는 K-pop이나 팬덤 같은 거 정말 몰라도,
그건 결국 작은 장벽일 뿐이고.
또 해보면 배우게 되겠지 싶었어.
그렇게 만나게 된 게 KollectionSeoul이라는 브랜드였어.
분기마다 새로운 K-pop 굿즈를 담은 박스를 전 세계 팬들에게 보내는 모델인데,
틱톡·인스타로 해외 팬층을 끌어들였더라고.
콩깍지 낀 느낌으로 설렘이 폭발했어.
마치 모든 것이 다 상상한 것처럼 이뤄질 것 같은 아늑한 달콤함.
그런데 이 설렘이 나중에는 복병처럼 튀어나올 줄이야… 그땐 상상도 못 했지.
분기별로 K-pop 굿즈를 받아보는 서프라이즈 박스.
글로벌 아미(ARMY)를 겨냥한 큐레이션 굿즈 박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은 구독 브랜드,
KollectionSeoul을 이렇게 만나게 됐다!
[“물리니까 오만 잡생각 다 나지” 시리즈: K-Pop]
이 시리즈는 “1,000만 원으로 스마트스토어 인수, 개발자에서 사장으로” 후속작이야. 작은 사업체 인수 후 밸류업하는 과정을 담되, 이번엔 ‘개같이 물려서’ 고생하는 얘기를 중점적으로 풀어보려 해.
다음 주 일요일에 2화로 돌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