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슬 스레드, 링크드인, Substack 등 외부 활동도 조금씩 시작하고 있습니다. (팔로우 해주세요!!)
그러다 좋은 기회로, 구독자분 중 한 분이 출판사 대표님과 연결을 도와주셔서
열심히 출판 기획서를 만들고, 책 1부 원고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특히 스레드에서 활동하다 보니, 실무적인 질문을 종종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더욱, 이 내용을 빨리 책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최근 들어 ‘회사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직장인이 많아졌죠.
하지만 창업은 너무 막연하고, 퇴사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특히 창업에 관심은 있지만, 딱히 아이템이나 아이덴티티가 없는 분들은
‘회사의 감옥’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요.
이 책은 그런 분들에게 실전적인 ‘인수 창업 리허설’을 제공하려는 입문서입니다.
기존의 온라인 사업체를 인수해서 직접 운영해보는 과정을 통해,
내 사업을 갖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요.
0에서 1을 창조하는 고위험 창업 대신, 이미 검증된 인프라와 현금 흐름을 이어받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나만의 사업’을 경험할 수 있는 전략이죠.
혹시 프롤로그와 1장 내용을 기억이 잘 안 나신다면,
읽기 전에 한 번 보고 오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목차
프롤로그: 탈출을 꿈꾸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매출이 나오는 사업체의 대표가 되었는가? - 창업의 실패와 취업
- 창업 실패의 복기: 다시 도전할 기회
- 이 책을 쓰는 이유제1부: 인수 창업 개요 및 이론
1장: 인수 창업, 성공의 필요 요건
- Make VS Buy,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창업 동기가 빈약하면 창업을 하면 안 될까? 과연?
- 그럼 과연 당신은 생존 우선 창업, 즉 인수 창업에 적합한 인재인가?
2장: 인수창업 매물 분석과 판단법 (이번 편)
- 그럼, 어떤 온라인 사업 매물 ‘좋은 매물’일까?
- 내 상황을 이해하는 2개의 질문
- 실전팁: 매출이 나와도 피해야 할 매물의 공통점
2장: 인수창업 매물 분석과 판단법
처음 인수창업을 알아볼 때, 내 브라우저에는 매물 탭이 수십 개씩 열려 있었다. 그런데 실제 연락을 해본 매물은 하나도 없었다.
도소매부터 자사몰, 스마트스토어, 구독형 커머스, SaaS 까지. 한눈에 보기에도 각기 다른 성격의 매물들이 넘쳐났고, ‘이게 괜찮은가?’ 싶다가도, 자고 일어나 보면 또 다른 매물이 더 괜찮아 보이곤 했다.
끝도 없이 고민만 이어지는 나날이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분명했다, 정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당시(지금도) 국내 인수창업 분야에는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었다. 인수를 실제로 진행해보기 전에는 누구도 내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나 판단 기준을 줄 수 없었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판단 기준 없이 방황하는 시간 속에서, 생각만 반복되었고 결정을 내리는 데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결국, '일단은 누구라도 한번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매물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첫 미팅 이후로 수백 명의 매도자들을 직접 만나게 됐고, 다양한 업종과 성격의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어느새 방대한 경험치가 쌓여갔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많았고, 불편한 시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만남과 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판단력과 감각이 생겼고, 좋은 매물을 구별해내는 눈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수 과정을 계속해서 정제해왔고, 지금은 이렇게 한국에서 소형 매물을 중심으로 한 인수 창업 콘텐츠를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아직 많지는 않다. (ㅠㅠ)
하지만 누군가는 아직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먼저 밟아간다는 데에서 오는 작은 희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이 여정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겪은 노하우와 판단 기준들을 아낌없이 나누고자 한다.
그럼, 어떤 온라인 사업 매물 ‘좋은 매물’일까?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절대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커다란 전환점이고, 복잡하고 어려우며, 수많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렇기에 이 과정을 조금이라도 더 순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은 선례들을 최대한 참고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며, 나에게 맞는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지도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처음 인수 창업을 시작했을 때 간절히 원했던 형태의 책이다. 스타트업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현금 흐름이 존재하는 사업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실전 안내서다.
이 현실적인 실전 안내서를 읽으며, 독자님들이 단 하나의 배움만 얻어 갈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자신있게 이 다음 한 문장을 고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수 창업 매물을 검토할때, 완전히 반대의 방향에서 접근한다.“
예를들어, ‘요즘 K-뷰티, K-푸드, K-팝이 잘 나가니까 이런 쪽 매물을 봐야겠지’라든가, ‘의류나 유아 시장은 하락세니까 피해야겠다’는 식이다. 당연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매우 나이브한 접근이고, ‘좋은 사업체’를 찾는 게임에서는 완전히 틀린 답이다.
성공적인 인수 창업가들은 이런 식의 외부 요인 중심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들은 좋은 매물이란, 시장이나 산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나에게 맞는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아무리 매출이 크고 수익이 좋아 보여도, 나의 환경과 맞지 않는 매물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좋은 온라인 사업체’를 찾기 위해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요즘 뜨는 산업이 뭘까?”가 아니라, “지금의 내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회사는 무엇일까?”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일에 더 강한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 상황을 이해하는 2개의 질문
나의 상황에 맞는 인수창업 매물을 찾기위해서,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첫째, 지금 내가 인수하려는 사업체가 내 경험과 능력에 맞는가?
예를 들어, 평생 온라인에서 옷 한 번 사본 적 없는 사람이 의류 브랜드를 인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온라인 의류 브랜드의 경우 벌어들이는 매출에 비해서 엄청나게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약 3-4달 만에 회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매물들도 엄청 많다.
예를들어, 연매출이 10억 나오고, 영업이익률이 10%대인데, 3000에 매물이 나오는 매물들이다. (물론 이런 경우 많은 매물들은 재무 실사를 더 꼼꼼하게 하고 보면, 막상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매물을 보면, 자연스럽게 인수자들은 막연한 가능성과 상상력으로 ‘피벗을 잘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은 옷을 잘 모르지만, 남자 옷 정도는 공부하면 할 수 있지않을까?’ 혹은 ‘패션 잘 아는 사람 한명 쓰면 되지 않을까?’ 등. (이렇게 구체적으로 아는 이유는 나도 그렇게 생각 해봤기 때문..!)
낙천적인 태도는 분명 중요하다. 사실, 이런 인수창업 책을 집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낙천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낙천과 이성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매물을 검토할 때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비관적인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나 역시 그런 실수를 했다. 나는 BTS 팬덤을 기반으로 한 구독 커머스 서비스 ‘콜렉션서울’을 인수한 적이 있다. K-POP에도 관심 없고, SNS도 잘 하지 않는 내게는 도메인 자체가 낯설었고, 초반엔 꽤나 고생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그로스팀 개발자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온라인 지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익숙했다. 특히 이 사업체는 Shopify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었고, 우리는 개발자 출신 팀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솔루션 유지비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내 능력과 경험 중 일부는 이 매물과 충분히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이처럼, 매물을 검토할 때는 내가 가진 경험, 관심사, 기술적 역량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셋 중 최소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매물은 아무리 수익성이 좋아 보여도 위험하다.
두 번째로 중요한 질문은, 내가 이 사업에서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는가다.
앞선 질문이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라면, 이번엔 ‘성장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어떤 사업이든 결국에는 생존 게임이다. 그 생존 게임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해지기 위해서는,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소형 사업체는 어느 정도의 PMF는 맞췄지만, 명확한 진입장벽은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즉, 아직 생존 경쟁력은 없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팀이 처음 인수했던 유아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히 많은 유아 유통 회사들 중 하나였고, 가격 경쟁력도 없으며 택배비 100원과 악성 리뷰 공격으로 치킨 싸움을 하고 있는 업계였다. 매출은 많이 나오지만, 소모적인 경쟁만 계속 했으며, 진입장벽은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업의 브랜드 자산과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해외 유아 브랜드들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팀원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젤리캣을 포함한 유럽 유아 브랜드들과 실제 컨택했고, 몇몇 업체들과는 EXW 조건으로 가격 협상까지 진행했다. 이처럼 내가 가진 작은 능력 하나만으로도 인수한 사업체에 새로운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
좋은 매물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외부에서가 아닌, 나 자신에서 시작 해야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단순히 '그럴듯해 보이는 매물'을 고르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기회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에게서 출발하라.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실전팁: 매출이 나와도 피해야 할 매물의 공통점
앞에서 다소 이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다면, 이제부터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실전적인 팁들로 장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일단, 우리가 매물을 검토하러 미팅에 나설 때 항상 ‘가상의 깃발’을 머릿속에 꽂고 들어간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흔히 말하는 노란 깃발과 빨간 깃발이다. 이 사고 흐름은 누구에게나 유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차용하길 권한다.
[노란 깃발]
노란 깃발은 경고성 신호다. 당장 매물을 탈락시킬 이유는 아니지만, 반드시 후속 질문이나 리서치를 통해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항목들이다.
매출이나 이익이 좋아 보인다고 해서 홀딱 반해버리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이런 노란 깃발 체크리스트를 자신만의 질문으로 미리 만들어두는 게 좋다.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이다.
주요 매출이 단일 고객에서 발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예를들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서 나온다면 리스크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판매 사유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
최근 진행한 마케팅 캠페인의 성과가 어땠는지,
사업의 비용 구조에 누락된 비용이 있는 건 아닌지,
핵심 공급자나 파트너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은 없는지, 인수 이후에도 해당 인프라가 온전히 이전될 수 있는지 등등이다.
이러한 노란 깃발들은 대부분 후속 미팅에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불충분하거나, 해소가 되지 않을 경우엔 바로 빨간 깃발로 전환된다.
실제 미팅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보이는 예는 바로 ‘판매 사유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다.
예전에 실사했던 하나의 도소매 유통 법인이 떠오른다. 겉보기엔 흠잡을 데 없는 회사였다. 3년 연속 연 매출 20억 이상, 대표 인건비와 직원들 월급을 제외하더라도 법인 영업이익률은 7~10%를 유지하고 있었다. 재무 구조도 탄탄했고, 실사 과정도 매우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이 정도면 꽤 이상적인 인수 매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화 도중, 매도 사유에 대해 묻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이 사업을 오래 해왔고, 최근 해외에 있는 지인이 좋은 기회를 줘서 매각 후 이민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국가 명까지 언급하며, 갑작스러운 제안 덕분에 빠르게 매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고, 그래서 매각가도 낮췄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그럴 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매물이 몇 년 전부터 계속 거래 사이트에 떠 있었던 것을 우리 팀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2-3년에 걸쳐 가격은 점점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고, 그때 당시는 이미 70% 가까이 할인된 수준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급하게 제안이 왔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고 사소한 위장된 말 한마디가, 우리가 이 대표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업체를 사고파는 일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재무제표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과 태도, 정보 공개의 진정성까지 포함한 모든 것들이 함께 고려된다. 그렇기에, 작정하고 거짓을 숨기려는 사람을 상대하게 되는 순간, 인수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인수자는 단 한 번의 미묘한 거짓말이라도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빨간 깃발]
그렇다면 ‘빨간 깃발’은 어떤 항목들일까? 빨간 깃발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명백한 문제를 감지하는 신호다. 대부분은 ‘악의’가 담겨 있는지를 탐지하기 위한 질문 혹은 체크리스트이다. 예를 들어
매출 데이터나 광고 성과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매물
허위 이력이나 과장된 실적을 주장하는 매물
‘3개월 내 투자금 회수 가능’ 같은 비현실적인 수익 약속을 하는 매물
성인물, 불법 커뮤니티, 도박, 이미테이션 등 법적 리스크가 있는 분야의 매물
허위 광고나 가짜 리뷰 같은 고객 기만 방식이 반복되는 구조의 매물 등은 모두 빨간 깃발에 해당한다.
이런 항목들은 사실상 어느 정도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만 준비해두어도 미팅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어느정도 감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감각은 미팅을 많이 다녀볼수록 정교해진다.
준비를 오래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어떤 장점과 역량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업체를 인수해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이 정리된 이후라면, 가능한 한 다양한 미팅에 나가보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는 이제 실제로 어디서 매물을 소싱하고, 어떤 식으로 미팅을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