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웨이의 생명 게임(Game of Life)을 아시나요?
생명 게임(Game of Life)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세포 자동자(Cellular Automation)이라고 부르는데. 아주 단순한 규칙 몇 개만 있다면, 세포들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서 끝없이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음.
간단히 설명하면, 바둑판 같은 격자에서 매 턴(세대)마다 세포들이 태어나고 죽는다. 인접한 세포가 너무 적으면 외로워서 죽고, 너무 많으면 과밀로 인해 사라진다.
하지만 이 단순한 규칙들이 초기 배치에 따라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생명 게임 안에서 또 다른 생명 게임을 구현하는 사례도 있다! (예시 강추: Game of Life 안에서 Game of Life 구현)
창발성은 자연계에서도 많이 관찰된다.
마치 콘웨이의 생명 게임처럼 단순한 규칙들이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창발성(emergence)"이라고 한다.
자연계에서는 이 처럼 단순한 규칙이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아주 많이 관찰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개미, 꿀벌, 장수말벌과 같은 사회성 곤충에서 나타나는 ‘떼 지능(swarm intelligence)’이다. 개미 한 마리는 집을 지을 수 없지만, 개미 집단은 환풍 기능까지 갖춘 복잡한 지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철새들의 집단 이동에서도 관찰된다.
실제로 인간이 이를 ‘Flock(Boids) 알고리즘’으로 시뮬레이션한 사례가 있으며, 철새들이 집단으로 이동할 때 지키는 규칙은 단 세 가지뿐이다.
1번 규칙: 서로 충돌하지 말 것 (Avoid Collision)
2번 규칙: 가까운 이웃과 속도/방향을 맞출 것 (Alignment)
3번 규칙: 그룹 중심으로 이동하되, 너무 가깝지 않게 유지할 것 (Cohesion)
철새들은 위 3개의 규칙만 지킴으로서, 원하는 도착지에 충돌없이 도착 할 수 있게 되며
이 세 가지 규칙만 지켜도 철새 떼는 복잡한 연산 없이 자연스럽게 목적지까지 충돌 없이 도달할 수 있다.
커뮤니티 또한 창조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창발성은 인간 커뮤니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인간은 지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포유류로서 집단 본능을 공유한다.
따라서 복잡한 관리 없이도 단순한 규칙과 틀만 제공되면, 커뮤니티는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소개하려는 ‘커뮤니티 빌딩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창발성을 기반으로 한다.
즉, 복잡한 개입 없이도 사람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프레임워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단순하다.
“어떻게 하면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잠깐, 그래서 이 프레임워크를 만든 너, 넌 누구야?
이쯤 되면 제목으로 끌어들인 떡밥을 살짝 풀어야 할 것 같다.
내 본캐에 대해서 살짝 공유하면, 나는 Y콤비네이터 S12 배치 출신 커뮤니티 스타트업에서 일했었다. 한때 세계 최대의 밈 커뮤니티로 군림했던 회사였고, 내가 몸담고 있을 때도 MAU(월간 활성 사용자) 8천만~1억 명 수준이었다.
개발자로 일했지만, 업무를 하며 글로벌 커뮤니티 빌딩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었다. 그 후에도 다양한 크기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지금은 국내 커뮤니티 빌딩 관련 제품의 시드 펀딩을 앞두고 있다.
오픈카톡방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수익화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인데..
어쨌든 이 프레임워크가 궁금한 사람, 직접 실험해보고 싶은 커뮤니티 빌더들은 편하게 댓글 달아줘!
창발적 커뮤니티 빌딩 프레임워크 소개
다시 프레임워크로 돌아오자면..!
이 커뮤니티 빌딩 프레임워크는 ‘콘웨이의 생명 게임’처럼
단순한 규칙과 명확한 초기 조건만 제공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복잡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며 커뮤니티를 자율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위에 그려진 아주 간단한 이미지가 프레임워크의 전부임. 아주 간단하지! 이 프레임워크에서 커뮤니티 창발을 위한 5가지 기둥은 다음과 같음:
주제(Them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핵심 활동 콘텐츠(Core Activity & Content)
아카이빙 및 확산 플라이휠(Archiving & Growth Flywheel)
온보딩(Onboarding)
마치 Boids 알고리즘이 단 세 개의 규칙만으로 철새 떼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듯, 이 프레임워크 역시 위 다섯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첫 번째 규칙: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명확하게 정하라!
명확한 주제를 가진 커뮤니티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 이 커뮤니티가 필요한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참여자가 이 커뮤니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마케팅 공부 데일리 챌린지방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라면 참여자는
"아, 여기서는 AI 마케팅 응용 지식을 함께 공부하고, 챌린지 방식으로 서로 독려하는 곳이구나."라고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AI 사랑방” 혹은 “진양의 뉴스레터 휴게소”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면, 이 커뮤니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물론 AI 같은 강력한 키워드는 다소 모호해도 사람들이 쉽게 모이지만, 그럼에도 해당 키워드가 참여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가 빠르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규칙: 참여자의 내재적 동기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것인가?
주제와 이름이 정해졌다면, 이제 참여자의 내재적 동기를 충족시키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내재적 동기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 설계"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놀이기구가 하나도 없다고 상상해보자.
그런 공간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없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내재적 동기가 충족되지 않으면, 커뮤니티는 ‘유령 회원’으로 가득 찬다.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가입할 때는 특정한 내재적 동기가 작용한다.
하지만 그 동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참여자는 활동하지 않는 ‘유령 회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참여자의 내재적 동기를 충족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마치, “이 커뮤니티에 오면 네가 원하는 걸 충족시켜줄게.”라는 약속과 같다.
커뮤니티 참여 내재적 동기의 7가지 유형과 충족 방법
학문적으로는 내재적 동기는 Flow 이론, SDT(Self-Determination Theory), Reiss 이론,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 등이 존재한다. 이를 실무적으로 정리해 보면, 내재적 동기는 다음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재미 및 흥미(몰입욕)
유능감 및 성장(성취욕)
자율성 및 독립(독립욕)
관계성 및 소속감(관계욕)
의미 및 가치(더 큰 맥락과 연결됨)
호기심 및 탐구심(지식욕)
이타심 및 기여(기여욕)
그리고 이 각각의 내재적 동기는 충족될 수 있는 방안이 모두 다르다. 아래 표에서 각 동기마다 충족 방식을 약식으로 정리해놨고, 이 외에도 방법은 무수히 많다. 각각의 내재적 동기 항목을 차분하게 읽어보자. 앞으로 나올 예시들에서 이 개념은 계속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AI 공부 챌린지방"이라면 주로 지식욕과 성취욕을 충족시키는 구조여야 한다. 지식욕과 성취욕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참여자들은 정보 아카이브 접근 및 챌린지 콘텐츠 제공이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규칙: 반복 가능한 핵심 활동 컨텐츠를 기획하다.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단순히 모여 있다고 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활동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공부 챌린지방"에서는 매일 하나의 챌린지를 수행하는 것이 핵심 활동이 될 수 있다.
핵심 활동이 커뮤니티를 트렌드로 만들 수도 있다.
잘 기획된 핵심 콘텐츠는 트렌드를 형성하며,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한 "거지방"의 핵심 콘텐츠는 "지출 내역 공개" + "쓴소리"의 조합이었다. 이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참여자의 흥미를 끌었고, 트렌드를 타게 되었다.
이 처럼, “거지방” 참여자들의 내재적 동기는 “재미 및 흥미 (몰입욕)”이었으며, 이들의 욕구는 “지출 내역과 쓴소리”의 밈으로 충족된 것이었다.
꼭 참신한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참여자가 커뮤니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활동 컨텐츠의 예시는 **질문과 답변 콘텐츠(Q&A)**와 오프라인 정모(네트워킹 이벤트) 이다.
단순하더라도. 이처럼 반복 가능한 핵심 활동 콘텐츠가 있어야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네 번째 규칙: 아카이빙 및 확산 플라이휠이 존재하는가?
주제도 정했고, 내재적 동기도 설정했으며, 핵심 콘텐츠도 마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커뮤니티의 콘텐츠를 어떻게 보존하고 확산할 것인지다.
모든 커뮤니티는 지속적인 유입과 수요가 있어야만 가치가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 결과물을 아카이빙하고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게시판의 형태로 아카이빙해서 SEO에 자연노출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방식은 아주 다양함.
예를들어, 외부 컨텐츠 크리에이터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노출시키는 방법도 있고. 또, 참여자들이 공유를 하여서 자신들의 성취를 자랑 할 수 있는 형태로 템플릿을 제공해주는 것도 방법임. 백링크를 우리의 커뮤니티로 자동생성되게 하여, 노출과 SEO 신뢰도를 둘다 확보하는 전략도 있음.
위에는 몇가지 예시 중 하나 일뿐이고,
이러한 확산 플라이휠을 동작시키는 매커니즘이 있어야 커뮤니티가 자생하며 성장할 수 있다.
마지막 규칙: 온보딩을 철저하게 설계하라.
마지막으로, 새로 들어온 사람이 빠르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커뮤니티의 ‘튜토리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온보딩의 핵심 요소
자기소개를 자연스럽게 유도
커뮤니티 활동 가이드를 명확하게 제공
새로운 참여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도록 운영진이 직접 인사
특히, 운영진이 한 명 한 명 진정성을 담아 환영하는 것만으로도 참여율이 크게 올라간다.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도 같이 온보딩에 동참하면 베스트! 작지만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세포 자동자 게임처럼 단순한 규칙을 바탕으로 커뮤니티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빌딩 프레임워크를 설계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커뮤니티는 무수한 패턴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
즉, 커뮤니티 빌딩을 복잡하게 접근할 필요 없이, 작은 규칙들만 제대로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거대한 흐름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이 프레임워크는 다섯 가지 핵심 기둥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핵심 요소만 제대로 설계하면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커뮤니티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콘텐츠는 커뮤니티 빌딩 프레임워크 3부작 중 첫 번째 편으로,
다음 스텝에서는 각 기둥별로 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예를 들자면..
온보딩 메뉴얼 구축 방법
확산 플라이휠(플랫폼 외부로 커뮤니티를 퍼뜨리는 전략) 노하우
실패 사례 분석을 통한 개선 전략
등등?
이제 본격적으로 커뮤니티 빌딩 프레임워크를 심층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니,
관심 있다면 이어질 시리즈들도 기대해도 좋다! 🚀
아,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이 프레임워크가 궁금한 사람, 직접 실험해보고 싶은 커뮤니티 빌더들은 편하게 댓글 달아줘!